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가 8월11일부터 베트남에서 해외봉사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공동대표 진오스님과 참가자들이 오지마을 초등학교 108곳에 화장실을 지어주기 위해 마라톤을 하며 활동을 알리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뛰고 또 뛰겠습니다.”
마라톤으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도와온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진오스님이 이번에는 베트남과의 우호증진을 위해 나섰다. 베트남 농촌학교에 화장실을 신축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108km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주협 해외봉사 활동차 8월11일 베트남을 방문한 스님은 다음날인 12일부터 매일 약 30km를 달릴 계획을 세웠다. 한국에서 함께 마라톤에 참가해온 김영화 대한울트라연맹 경북지역 회장과 황철수 부회장, 최종한 구미마라톤클럽 회장도 함께 뛰기로 약속하고 마주협 행사에 흔쾌히 동참했다. 평균 연령은 50대 중반이지만 20대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과 도전정신이 느껴졌다.
지난 13일 오전5시30분 베트남 하노이 타인호아성의 한 숙소. 진오스님과 선수 4명이 다시 한 번 완주를 위한 각오를 다지고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맸다. 목표는 타인호아성 찌어탄면에 위치한 마이반 또안 씨의 집.
마이반 또안은 지난해 4월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잘라낸 베트남 이주노동자로 당시 스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그해 9월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구호와 함께 스님과 참가자들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계가 오전9시를 가리키자 찌는 듯한 더위가 엄습했다. 차량과 아스팔트 열기로 40도를 훌쩍 넘어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연신 흘러내리는 날씨에도 달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10시경 진오스님이 갑자기 코피가 터져 휴식을 하는 상황도 맞았다.
작은 마을을 지나갈 때마다 ‘신짜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하면, 현지 주민들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비록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가 떨어지고 달리다 걷기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완주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물었다.
이번 마라톤은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의 만행을 기록한 증오비가 베트남 곳곳에 남아있는 것과 관련해 민간차원에서 앙금을 풀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동의하지 않지만, 베트남 전쟁 범죄 조사 보고서에는 약 9000여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진오스님은 "그냥 덮어놓기에는 우리나라가 진 빚이 너무 큰 것 같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노력하면 베트남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 지고 사람들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스님은 10년 동안 오지마을 초등학교에 108개의 화장실을 지어줄 계획이다.
오후2시30분.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출발한지 9시간이 다 되어서야 또안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또안 씨는 많이 호전된 모습으로 나타나 스님을 안심시켰다. 스님과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한 또안 씨는 “아버지 같은 스님이 먼 곳까지 방문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베트남에 와서도 스님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함께 한 최종한 구미마라톤클럽 회장(60)은 “달리면 즐겁고 의미 있는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몸은 고되지만 108km를 꼭 채워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11일 도착한 마주협 봉사단(단장 도제스님, 마주협 상임공동대표)은 12일부터 해우소 페인트 봉사,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봉사활동에 참가한 순천향대 구미병원 의료봉사단 10여명도 12일과 13일 홍화현 황루면 보건소와 찌어탄면 보건소에서 각각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펼쳤다. 
  
지정우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다.

  
벽화 그리기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