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생태계 살리기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법보신문 2021.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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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 꿈을이루는사람들 댓글 0건 조회 1,326회 작성일 21-03-23 17:56본문
- 김민아 기자
- 승인 2021.03.05 17:46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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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서울까지 525km…매일 10시간씩 46km달려
“몸 고되지만 캠페인 통해 유통망 안정화 이뤄지길”
마라톤 모금으로 이주민노동자,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고 베트남에 해우소 짓기 사업 등을 펼치면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사)꿈을꾸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마하붓다사 주지)이 다시 길 위에 섰다. 코로나19로 미국대륙횡단을 중단하고 들어온 스님이 책 생태계 살리기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진오 스님은 지난 2월26일 부산에서 서울까지 ‘책 생태계 살리기 전국 서점순례 500km 마라톤’을 시작했다.
3월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마라톤은 12일 동안 지역대표 서점을 순례하는 대장정이다. 스님은 부산 영광도서를 출발해 청도 오마이북, 대구 이층책방, 구미 삼일문고, 수원 마그앤그래 등을 거쳐 대한출판문화협회까지 525km를 달린다.
서점순례 마라톤 캠페인을 펼치게 된 건 동네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중 대표가 제안한 도서 생태계 환경을 되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다. 지난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책 도매상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이 세 번째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스님과 인연을 이어온 김기중 대표도 위기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스님은 “김기중 대표가 자비원에 상금을 전액 기부하고, 달팽이 모자원 건립에 4000만원을 후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줘 지금까지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듯 위기에 처한 김기중 대표의 손을 내가 잡아줄 차례”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동네서점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하는 곳이며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며 “이번 부도를 막지 못하면 도서 유통망은 완전히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출판계와 동네서점들은 혼란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의 존폐위기 속 유통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터파크송인서적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동네책방은 한국서점인협의회를 설립했고 인터파크 송인서적인수를 위한 자금마련에 돌입했다. 스님은 홍보를 위해 기꺼이 500km가 넘는 전국 서점순례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시작하다보니 홍보도 없이 시작됐지만 ‘책 생태계 살리기’ 현수막이 걸린 작은 손수레를 끌며 달리니 지역 동네서점과 시민들이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비를 사주는 시민이 있었고, 음료를 건네고, 수레를 끌어주며 같이 달려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천안에서부터는 서점 대표들과 작가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인수에 참여를 희망하는 주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스님의 마라톤 소식에 사찰들도 손을 내밀었다. 후원 없이 달리고 있는 만큼 숙식에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도서 유통망을 살린다는 취지에 스님들이 선뜻 잠자리를 제공해준 것이다. 스님은 “홀로 달리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나 스님들과 서점대표,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줘 나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고 좋은 결과까지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걸게됐다”라고 말했다.
진오 스님이 하루 평균 달리는 거리는 46km.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차도로 달리다보니 마땅히 쉴만한 곳도 없다. 이렇게 매일 10시간.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다리 감각은 무뎌져만 갔다. ‘내가 왜 뛰어야하나’라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6년 동안의 고행 후 깨달음을 얻으셨듯이 자신을 극한으로 까지 몰고 가며 달리는 것이 나에게는 수행”이라는 스님은 “몸은 고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대표들의 간절함을 외면 할 수 없었다. 초와 향이 자기 자신을 소멸시켜 향내가 퍼지듯이 나를 통해 도서 유통을 개선하고자 하는 염원들이 물결처럼 널리 퍼져나가 무너진 출판 생태계를 복원하고 나아가 건강한 도서 유통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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