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전 베트남에서 구미 옥계동으로 시집온 딩티응앗(25) 씨는 2개월 전에 4살, 3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구미 옥성면의 대둔사(주지 진오 스님)로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남편(40)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모아 둔 재산도 없고, 월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다 시댁의 무관심으로 결국 구미의 이주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진오 스님의 손에 이끌려 절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 딩티응앗 씨는 우리말도 서툴고, 우리나라
국적조차 없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제대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안타
까운 상황이다. 2년여 전 베트남에서 봉화로 시집온 응우옌티안(22) 씨는 이혼 직전 단계에 있다. 갈 곳을 찾아 헤매다 여성긴급상담전화(1366)를 통해 진오 스님과 연결되면서 절로 들어왔다. 그녀는 2개월 전 여아를 출산하면서 B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자 남편은 형편 때문에 같이 살기 어렵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고 그녀는 호소했다.
100일도 안 된 갓난아기는 김천의 영유아보육시설에 맡겨졌고, 시댁은 외면하고 있다. 그녀 역시 우리나라 국적이 없고,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한다. 남편의 사망 또는 이혼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방치된 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다문화 모자가정이 늘어 이들이 한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시설 마련과 함께 자립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다문화여성 및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달리는 스님'으로 알려진 진오 스님은 요즘 대둔사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및 자녀 등 4명과 2개월째 불편하고도 안타까운 동거를 하고 있다. 국적이 없는 이들 여성들은 국내 생활에
보호망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보험 적용이 안돼
병원치료에 어려움은 물론 수입이 단 한 푼도 없어 생계가 그저 막막하다. 국내에는 한국인 모자시설은 있지만, 다문화여성들을 위한 시설은 아직 없다. 딩티응앗`응우옌티안 씨는 "한국으로 시집올 땐
화목한 가정을 꾸려 재미나게 살수 있을 것이란 꿈이 있었는데,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다고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서든
한국어를 배우고 직장을 빨리 잡아 아기들을 내 손으로 키우며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진오 스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절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오갈데 없는 초`중`고교생 3명이 자식처럼 함께 생활하고 있어 다문화여성들이 계속해서 묵을 방도 적당하지 않고
병원비 등
생활비 마련도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의 자립을 위해 뭘 지원해야 할지, 또 어린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든것이 답답할 뿐이다. 진오 스님은 "우리 사회에서 버림 받는 위기의 다문화여성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이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모자시설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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