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좌선(坐禪))은 방안에 앉아서 수행하는 자신의 내면적 한계를 향한 도전이라면 마라톤은 달리면서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주선(走禪) 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마라톤을 하는 구미 대둔사 주지 진호스님은 마라톤을 불자들의 수행과정인 참선에 비교했다.
진호스님은 대둔사 주지뿐 아니라 중증 장애인과 치매 노인, 학대받는 아동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금오종합사회복지관 관장직도 맡고 있다.
금오종합사회복지관 운영은 국비, 자치단체, 기타 기업들의 후원 등 재정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오스님이 그래서 시작한 게 달리기다.
그간 의지할 데 없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주 여성들을 돕기 위해 108㎞, 200㎞, 308㎞ 등 초장거리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해 왔다. 스님은 1㎞마다 100원, 200원씩 후원자들이 성금을 내놓으면 이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쓴다.
그는 1㎞당 100원을 기부하는 만행(萬行) 수행을 하고 있다. 만행은 1만명이 행동하면 여러 사람이 행복(萬幸)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말로만 도와달라고 하기보다는 내 몸의 땀을 흘려 만들어내는 요청이라 훨씬 명분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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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스님이 베트남 화장실 108개를 신축하고자 베트남 현지에서 108㎣ 마라톤을 하고 있다. |
건강유지 차원의 잠깐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42.195㎞ 마라톤 풀 코스는 기본이고 108㎞나 200㎞, 강화에서 강릉까지 동서를 횡단하는 308㎞ 울트라코스도 뛴다.
울트라 마라톤은 3일간 64시간 안에 결승점을 통과해야 기록이 인정되는 코스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불우이웃이나 이주노동자를 돕고자 할 때마다 마라톤 수행에 나선다.
지난 8월에는 베트남 농촌학교에 화장실 108개를 신축하고자 108km 달리기를 했었다. 마주협과 공동으로 타인호아성 4개 학교에 `자비의 해우소`란 이름의 새 화장실을 지었다.
그는 군법사 시절 산상 부대 새벽 예불을 가던 중 눈길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뒤 실의에 빠져 있다가 사회복지에 눈을 뜬 뒤 삶의 희망을 찾았다.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을 돕고자 스님이 됐다.
스님이 된 뒤 자비의 전화상담활동을 시작했다. 자비가 실천되어야 할 곳은 가난하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것을 깨달은 후 본격적인 봉사활동의 길에 들어섰다.
그가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60년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서독 광부나 열사의 사막인 중동 등지로 나갔던 것이 떠올랐고 그분들의 피땀으로 오늘날 조국근대화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그 당시 한국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일 것이라며 못사는 나라 민족이란 인식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이주노동자 상담소를 운영하게 됐다.
이주노동자 상담시설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발족하고 2000년부터 국내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인식개선 캠페인, 한국문화체험, 따뜻한 겨울나기 나눔행사, 송년법회 등 이주민을 위한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하시설로 구미 마하이주민센터, 마하외국인 쉼터, 가정폭력피해 이주여성보호시설 죽향쉼터, 북한이탈무연고청소년그룹홈 오뚜기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오뚝이 쉼터는 북한이주민 가운데 지역 연고가 없는 9세부터 24세 이하 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숙식제공과 자립을 위한 미래 설계를 도와주고자 설립됐다.
진오 스님은 “만행수행을 위해서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달리기를 계속해 꾸준히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 나가겠다”며 만행수행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어 그는 “절에서 가만히 수행만 하는 행동하지 않는 불교는 살아있는 불교가 아니다. 특히, 불자들이 절을 찾는 관광 불교는 자신이 꿈꾸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구미/남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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