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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으로 달려간 까닭은?(조선일보. 2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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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꿈을이루는사람들 댓글 0건 조회 2,158회 작성일 18-08-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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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오 스님이 베트남으로 달려간 까닭은?

쾅남성(베트남)=이태훈 기자  

입력 : 2013.03.01 03:09

기부 마라토너 진오 스님 '자비의 108 해우소 운동'
이주여성 돕기 위해 달리던 스님 이번엔 베트남 학교 화장실 짓기
10년 내 108곳 세우는 게 목표
"막힌 모든 것 뻥 뚫리는 해우소… 두 나라 사이 연결하는 힘 되길"

진오 스님은 마라톤으로 돈을 모금하는‘기부 마라토너’다. 작년 초부터는 베트남 오지초등학교 108곳에 수세식 화장실을 지어주는‘자비의 108해우소’운동을 벌이고 있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 제공
"거기 흰 페인트 좀! 연꽃 칠하게 분홍색 좀 만들어 봐." "아니, 아니, 거긴 좀 더 얇고 진하게 칠하는 게 좋겠어!"

26일 오후 베트남 중부 호이안 인근 화미 마을 퀘산 제2 초등학교. 단층 학교 건물 곁, 마감이 덜 끝난 화장실에선 아직도 시멘트 냄새가 났다. 한국 스님과 젊은이들이 그 벽에 옹기종기 모여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채워 넣었다. 땡볕에 땀을 흘린 지 2시간여, 흰 벽 위에 연꽃이 피어나고 색색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헤엄쳤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5학년 학생 트루엉(12)이 말했다. "우와~ 화장실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어요!"

이 화장실은 '기부 마라토너'로 널리 알려진 진오(眞悟·50) 스님과 한국 후원자들이 지어준 베트남 학교 화장실 10곳 중 하나. 작년 초부터 베트남 오지 초등학교 108곳에 수세식 해우소(解憂所·화장실)를 지어주는 '자비의 108 해우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님은 한국인 자원봉사자 20명과 함께 지난 25일부터 6일 일정으로 베트남 중부 다낭과 쾅남성 지역 초등학교 5곳과 사찰 8곳을 방문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 1000여명에게 따로 포장한 학용품과 과자를 나눠줬고, 학교에는 상비약품 등을 전달했다. 스님과 봉사자들은 또 코끼리, 연꽃 등 '해우소 벽화'를 그리며 함께 땀을 흘렸다.

스님은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주 여성들을 돕기 위해 100~500㎞의 초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해왔다. 1㎞마다 100원, 200원씩 후원을 받는 '모금 마라톤'이다. 작년 1월엔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뇌의 3분의 1을 잃은 베트남 청년의 가족을 돕기 위해, 베트남 현지에서 500㎞를 뛰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군이 참전했던 베트남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40~50년 전 한국처럼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이 커가는 아이들을 만났다.

스님은 "두 차례 베트남 현지 모금 마라톤과 자원봉사 여행을 통해 3000여만원을 모금했다. 그래서 작년에 5곳, 올해 또 해우소 5곳을 베트남 오지 학교에 세울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올해 해우소를 세워준 학교는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가 컸던 지역을 골랐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4만명을 넘었으니 우린 이제 '사돈 나라'입니다. 해우소는 막히고 묵었던 모든 것이 뻥 뚫리는 곳이잖아요. 베트남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1달에 1곳씩 10년 내 학교 해우소 108곳을 세우려 합니다."

27일 베트남 중부 화미마을 퀘산 2초교에서 진오 스님(오른쪽에서 넷째) 등 봉사자들이 새로 지어진 화장실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베트남=이태훈 기자
중학생 김민재, 박혜원부터 귀국 뒤 3번째 암 수술을 받을 예정인 69세 이경숙씨까지, 스님과의 인연으로 참여한 봉사자들은 각자 여행 비용을 내고 고생을 자청했다. 2~3시간씩 승합차 속에서 시달리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험한 길에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작년 10월 군을 제대한 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몽땅 털어 참여한 김정준(23·서경대2) 씨는 온몸이 페인트투성이가 된 채로 "베트남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를 얻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퀘산 제2초교 응우옌 흐엉(58) 교장은 "화해와 평화, 미래를 얘기하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진오 스님은 "씨앗을 심는 노력 없이는 열매도 없다. 봉사자들이 흘린 땀이 두 나라 사이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서는 힘이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노력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기사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28/20130228024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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