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 스님, 서점 위해 마라톤
3월 9일 서울서 정진 회향해
부산서 서울까지 525km 걸어
인터파크송인서적 사태에 발심
“어려운 서점들의 형편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길 위에서 수행하는 마음으로 뛰었습니다.”
(사)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이 ‘건강한 책 생태계를 위하여 달린다’를 주제로 진행한 525km의 마라톤 대장정이 3월 9일 회향했다. 2월 26일 부산 영광도서에서 출발해 3월 4일 대전 계룡문고를 거쳐 3월 9일 서울 땡스북스까지 스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위를 달렸다.
스님이 이번에 마라톤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영업이 멈춘 국내 2위 매출의 서적 도매업체 인터파크송인서적 사태 소식을 접하면서 부터다.
평소 스님을 후원했던 구미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가 안타까운 동네서점들의 상황을 전했고 스님은 발벗고 나섰다.
스님은 “서점인들의 염원을 안고 매일 10시간씩 달렸다”며 “도매업체가 무너지면 영세한 서점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는 이야기에 공익적인 의미가 있어 나서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스님은 마라톤 중간 중간에 작가와의 만남과 동네책방 방문 등도 진행했다. 코로나19 와중에 인터넷 서점과 온라인 콘텐츠의 성장 이면에 감춰진 오프라인서점의 쇠락 현장을 대중들에게 전했다.
진오 스님은 “무작정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보여줘 감사했다. 특히 사찰에서 도움을 줘 너무나 감사했다”며 “불자들이 특히 영세 서점 공동체 상생에 관심을 가져줘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무엇보다 인터파크송인서적 인수조합에 참여하는 주주들이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고 전했다.
스님은 이러한 원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꿈도 꾸고 있다. 2019년 진행 중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미국 대륙횡단 기부 마라톤이다.
진오 스님은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양극화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공동체를 함께 행복의 길로 이끄는 것은 기부 밖에 없다”면서 “내년 6월 경에는 코로나 종식과 함께 미국에서 중단된 기부마라톤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