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우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할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왼쪽 발이 많이 아픕니다.”
지난 15일 오전 베트남 타인호아 성(省) 바프억현 디엔중 보건소.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정형외과 진료소로 들어왔다. 통증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대신해 손녀가 증상을 설명했다.
지정우 순천향대 구미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신속하게 발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지 교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할머니의 발바닥은 퉁퉁 부어 있었고, 혈색이 없었다. 지 교수는 메스로 할머니의 발을 째고 이물질을 꺼냈다. 성인 검지 손가락 한마디 길이의 나무 조각이었다.
2주전. 카오 티리 할머니는 농사일을 하던 중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밟았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발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대로 걸음을 못 걷게 되자 집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보건소를 찾았다. 하지만 병원이 아닌 보건소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채 일주일 이상을 보냈다. 이 마을 보건소에는 의사가 없고 간호 조무사 자격을 가진 인력만 배치돼 있었다.
  
카오 티리 할머니 발에서 나온 나무 조각. 성인 검지손가락 한마디 정도 길이였다.
지정우 교수는 “고름을 짜다 이물질이 나왔다”며 “조그만 더 늦었다면 서서히 발이 썩어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어 “한국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한 순천향대 구미병원 의료진들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마을에서 자비의 봉사를 펼쳐 주민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10여명의 의료진들은 12일부터 황루면 보건소, 찌어탄면 보건소 등 총 세 곳에서 총 1054명을 진료하고 약을 나눠줬다.
이날 카오 티리(79)할머니는 한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고마운 분들이고, 덕분에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줄 아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마주협 스리랑카 해외봉사에 이어 이번에 또 참가한 박아영 간호사는 “도움의 손길이 절박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간호사가 됐는데, 초심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봉사자 박준형(구미 광산초, 6)군은 “의료 봉사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처음에는 주민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 힘들었지만 여름 방학을 맞아 봉사 활동에 참가하길 잘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주협 베트남 해외봉사 단장 도제스님은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20주년을 이룬 해이다. 한국사회는 현재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번 봉사활동이 두 나라간의 우호를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타인호아 성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80km 떨어져 있는 곳으로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